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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의 소통

교복이 알몸 졸업식의 원인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한 지는 20년이 가까워 오고 있고, 중학교 졸업을 한 지는 20년이 훌쩍 넘어버린 세대입니다.
중학교 때는 교복자율화 시대였고, 고등학교 입학할 때도 교복은 없었지만, 1학년 중반부터 교복 바람이 불어 교복을 입고 학교을 다녔습니다.
회색 바지에 흰색 셔츠에 남색 자켓의 지극히 평범한 교복이었습니다.

중학교 졸업식 때에는 대부분 친구들이 그냥 평상복을 입고 왔었는데..... 저와 저의 친한 친구 한 명이 아버지 양복을 입고 졸업식장에 나타났었지요.
당시로서는 상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이 그냥 청바지나 골덴 바지에 잠바를 입고 있었는데.... 양복을 입은 두 녀석이 나타났으니까요... ^^;
졸업식을 마치고, 서면 지하상가로 친구와 청바지를 사려고 나갔는데, 마찬가지로 서면에서도 그런 양복 차림이 주목을 받던 그런 시대였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3년 간 교복을 입고 다녔던 관계로 양복보다는 블랙진에 블랙 점퍼, 블랙 슈즈... 올 블랙으로 컨셉을 잡고 졸업식에 갔습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시기다보니 대학 입학 기념으로 양복을 산 친구들이 많았고, 덕분에 정장 차림의 친구들이 대다수였습니다.
학교에서는 교복을 입고 오라는 이야기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졸업식까지 교복이라는 굴레에 얽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
99% 친구들은 교복을 입지 않았습니다.

제각기 있는 힘껏 뽐을 내며 양복, 가죽잠바, 코트에 구두, 새 운동화 등등으로 치장을 하고 졸업식에 참석한 학생들끼리 밀가루를 뿌리고, 계란을 던지는 따위의 행위는 서로에게 자살 행위에 지나지 않았겠지요.
서로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사진 찍기에 바빴었고, 그 사진들은 지금까지도 즐거웠던 추억으로 앨범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나면, 한껏 뽐낸 옷차림으로 서면, 남포동, 여러 대학가 앞을 찾아 첫 술자리를 가지는 친구들도 많았고,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식당 같은 곳에서 졸업식을 자축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졸업식과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서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모 신문의 기사 내용에 보니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문자에 졸업식 참석 할 때 복장을 '교복'차림이라고 알리고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학생들과 관련을 맺고 있는 일을 하다보니 졸업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여기저기서 들었는데, 대부분의 학교들은 졸업식 때의 복장을 '교복'으로 규정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머리 속을 때리는 생각이 '아하~~~ 알몸 졸업식이 이처럼 성행하게 된 것은 결국 '교복'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마음 깊은 곳에 학교는 구속과 억압의 공간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머리카락 길이, 복장, 신발, 가방 등등....  자기를 표현함에 있어서 말과 행동과 지성과 감성 보다는 옷차림이 제일 우선시 되는 요즘 세대의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자기 표현의 자유를 합법적으로 구속시키기는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아이돌 그룹들의 머리 모양, 옷차림, 악세사리들이 학생들의 시각을 끊임없이 자극시키고, 또 학생들은 그러한 매체나 드라마를 통해 학교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옷차림과 스타일에 대해 깊은 욕구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욕구 불만들에 졸업식 교복차림이 더해지면서 학생들의 교복에 대한 파괴욕구를 더욱 자극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 봅니다.
오히려 졸업식장에 한껏 뽐낼 수 있는 자유로운 옷차림을 하고 참석하게 하면 교복을 찢고, 계란을 던지고, 밀가루를 뿌리는 이런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요?
무엇이든 '하지 말라'라는 금지의 명령이 우선인 우리나라의 중고생들에게 졸업식날의 해방감이 이러한 엇나간 문화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경찰의 강제보다, 교사들의 감시와 제재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졸업식날 교복으로부터의 자유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처방안이란 생각은 그저 이상적인 꿈일 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