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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도 야구하자

롯데 프런트는 무릎팍 도사에 나온 이대호를 보았는가?

전혀 자상스럽지 못한 말투....
툭툭 내던지는 듯 하면서도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도달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분명한 자신감.

역시 경상도 사투리... 그 중에서도 특히 부산 사투리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의 말투는 방송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 '이대호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대호의 말 한 마디 한마디에서는 무뚝뚝하지만 진정성을 감추지 못하는 부산 사나이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특히 미국은 추신수, 일본에는 김태균, 한국에서는 이대호가  당당히 야구판을 지키겠다고 하면서, FA 자격을 갖추더라도 부산을, 자이언츠를(이제 '롯데'는 입에 담기도 싫어졌습니다... ^^;) 지키면서 반드시 자이언츠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는 결심을 드러냈습니다.
아!!!!! 대호가 자이언츠의 간판 야구선수이면서도, 나와 다를 바가 없는 모태 자이언츠 팬이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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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는 스포츠가 무엇인지도 모를 초딩 1학년 어린 나이에 남포동에서 일하고 있던 막내 외삼촌이 무작정 데리고 가서 가입 시켜줬던 자이언츠 어린이 회원....
인산인해로 붐비던 구덕 야구장 앞 매표소에서 어른들에게 이리저리 떠밀리다 결국 경기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고, 결국 아버지가 택시를 타고 와서 6회에나 겨우 야구장에 들어 갈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
그 추억을 고스란히 아들 녀석들에게 전해주려 함께 매년 빠지지 않고 찾았던 사직구장의 홈 개막전...
야구 모자, 유니폼 등등을 아들 녀석들에게 입혀주며 뿌듯해 했던 30년 골수 자이언츠 팬이었던 내가 이제는 마음 속에서 자이언츠를 떠나 보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30년만에 처음으로 했습니다.

최동원과 김용철을 삼성과 맞트레이드 할 때에는 많이 어렸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박정태 형님과 재계약을 맺지 않고 푸대접을 할 때부터 이건 뭔가 이상한 구단이다 싶었지만, 그래도 모태 자이언츠이기에 가슴이 쓰리도록 안타까웠지만 정태 형님이 코치 연수 잘 받으시고 자이언츠를 잘 이끌어 주실 날을 기대하기로 했습니다.
주형광 선수를 떠나보내면서..... 롯데라는 기업은 야구단에 대한 애정은 전혀 없이 부산과 자이언츠 팬을 우롱하며 그저 돈만 생각하는 기업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모태 자이언츠 팬인데....
마해영을 떠나보내는 시점에서 롯데라는 기업에 대해서는 포기했습니다. 그저 자이언츠 선수들만이 나의 가슴 속에 새겨졌습니다. 마해영을 비롯해서 전준호, 김민재, 이원석, 최준석, 임재철 등등 자이언츠를 스쳐갔던 선수들 또한 나의 마음 속에서 영원한 자이언츠 선수로서 소속 팀에서 잘하면 열심히 응원을 해 주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을 원칙과 절차마저 무시하고, 꼴데를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하게끔 만들어준 감독님을 제대로 된 송별 행사도 없이 떠나 보낸 롯데라는 기업이 증오스러워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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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호가 연봉조정 신청을 들어갔다고 합니다.....
대호가 누구입니까? 롯데의 암흑기를 꾸준히 지켜준 자이언츠 투타의 양대산맥중 한 명입니다.
크리플 트라운을 기록하고도 팀 성적 덕분에 (물론 현진 선수에게 개인 기록 면에서도 좀 쳐지기는 했습니다만..) MVP를 놓치고 절치부심하고 노력한 끝에 지금껏 세계 역사에 유래가 없던 기록을 세우면서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이끌어낸 선수입니다.
자이언츠 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위대한 선수로서의 업적을 남긴 2010년이었습니다.
팀의 상징이자 대한 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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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합니다.
올 시즌....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롯데는 다시 2000년대 초반의 암울한 분위기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팀 간판에 대한 대우가 이 정도라면 다른 선수들의 분위기는 어떻겠습니까?
무슨 희망을 가지고 우승을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까?

올 시즌이 끝나면 저는 FA를 취득하는 대호, 주찬, 조주장 등 팀의 주축 세력들이 제발 자이언츠를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대호의 연봉조정 신청 결과를 놓고 이처럼 흥분하면서 무관중 개막전을 외치는 자이언츠 팬들이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나면 또다시 야구장을 찾을 팬들이 많을 것이고, 결국은 롯데라는 기업이 선택한 것이 옳았음을 관중 수로 증명해 줄 '롯데'팬들이 부산에는 아직 너무나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단에서도 대우를 해 주지 않고, 팬들마저 구단의 농간에 놀아나는 곳에서 자기 희생만 해 달라고 선수들에게 요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하더라도 저처럼 언제까지나 자이언츠의 피가 흐르는 선수로서 항상 응원하는 팬들도 많을 것입니다. 걱정하지말고 FA 신청하시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으로 옮기길 바랍니다.

롯데라는 기업은 연봉조정에서는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저와같은 골수 모태 자이언츠 팬은 한 사람 잃었습니다.
한 사람이라고 우습게 보십시오. 제발. 앞으로도 계속 저와 같은 한 사람을 우습게 보는 롯데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