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의 소통

공업용 미싱이 생각나는 정겨운 계절 - 강남아줌마님

신혼 때 남편이 느닷없이
한국에 돌아가면 다른 사람보다 세배는 잘 살게 해 줄게… 라고 했다.
그런 말을 기대하지도, 믿지도 않았지만… 고마웠다.
(두 배도 아닌 세배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불투명한 미래, 힘든 학업… 거기에 철없는 아내가 잠시 안쓰러운 감상.

얼마 전에 그 약속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켰더니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전혀 기억이 없다.
그 약속을 지키라고 채근한 것도 아니고, 미안해하길 바란 것도 아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남보다 세배 이상 잘사는 것일 수도 있고,
열 배 못사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남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고,
눈이 동그래져서 그런 약속을 한 자신을 못 믿겠다는 표정이 귀여웠을 뿐이다.
지금은 고생스럽지만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자… 라는 다짐이었겠지….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안다.

대개 남자들은 연애할 때 이런 약속들을 많이 한다.
공주처럼 살게 해줄게… 손에 물 안 묻히게 해 줄게… 너만 쳐다보고 살게…
여자들은 그 약속이 허황된 줄 알면서도 기분 좋게 속아준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최고의 표현이고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약속을 뻥이나, 사기로 생각한다면
여기저기서 부부싸움, 이혼 소송으로 정신없을 것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도 결혼 전 남자들처럼 수많은 약속들을 하고,
지키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는 듯 여긴다.
국민을 사랑해서가 아니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거짓말인데도
결혼하고 나면 어쩔 건데… 하는 BJR 정신으로 미안해하지도 않는데도
유권자들은 쉽게 속아주고 용서한다.

하지만, 적어도 국민이 그 약속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면
어설픈 변명이라도 하는 게 옳다.
'막상 대통령이 되고 보니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밖에서 보던 것과 책임자가 되고 나서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쑥스럽게 웃으며 미안해하는 남편과
미쳤냐… 잡은 고기에 먹이 주게… 하는 남편은 천지 차이이다.

'너 잡기 위해서는 무슨 말을 못하겠냐'
이런 말은 부부가 킥킥거리며
서로가 꼼짝없이 한 운명임을 확신할 때,
거기에 대해 불만이 없을 때 하는 말이다.
가정에 불성실하고, 두들겨 패면서 하는 말이라면 그건 사기이다.

선거 때 무슨 말을 못하냐…

오바마가 자동차산업과 연계해서 한 공약에 대한
우리나라 대통령의 반응 수준이 이렇다.

거짓말에 자유로운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쯤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
거짓말을 살아가는 한 방법으로 당당하게 쓰는 사람… 의 평소 생각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이다.

부처 눈엔 부처가 보이는 법인데,
그의 눈엔 모두 거짓말쟁이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가 거짓말쟁이임은 대한민국 사람은 다 안다.
이념의 차이도 아니고 방법의 차이도 아닌 그의 가치관, 인생관의 차이이다.
로프에 매달린 사람들을 밀치거나 로프를 끊어서라도 자신만 오르면 된다.
그의 사전에 비열이란 단어는 없다. 승리만 있을 뿐이다.

그런 인생관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
도리어 능력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하는 사람…
그러면서 어머니의 유언과 가훈을 정직이라고 말하는 사람…

사실 이런 말 한마디에 분노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다.
그동안 해온 악행을 질리도록 봐왔으면서
겨우 이 한마디에 사람 됨됨이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일이고,
그걸 쓰고 있는 내가 한심해져서 손가락에 힘이 빠진다.

세상엔 이 정도로 나쁜 사람은 드문데, 어떻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까…
세계 사대 불가사의에 하나를 더 추가할 일이다.

자신의 이익을 대신 실현시켜 줄 거짓말쟁이를 뽑은 사람들…
대신 사기 쳐주고, 대신 뺏어줄, 대빵 거짓말쟁이… 를 뽑아서 행복하신가.

결혼 전 약속은 입에 발린 거짓말이었고,
그것조차 사랑해서… 가 아니라 처갓집 재산이 탐나서 한 말이었는데
처갓집에 알랑거려 재산 빼먹다가 안 되면
친정 가서 돈 가져오라고 행패 부리는 서방을 보고도 같이 살 마음이 있을까…

마누라 패는 남편이 사랑 운운하는 것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법치와 부정, 비리 척결이라는 말이 더 가증스럽다.
상대방 손발 꽁꽁 묶어두고 단합을 외치고 싸움을 멈추라니 언어도단이다.

결혼 전 약속은 믿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이혼장에 도장이나 찍어주면 좋으련만,
모든 불화의 원인은 상대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넘은
성격파탄을 넘어서 정신병자이다.
이런 사람들이 편리한 건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잘못한 건 내가 아니니 남의 탓만 하고 있으면 된다.

금융 위기조차 이념 분쟁 탓이고 언론의 추측 보도 때문이고,
사이버상의 루머 때문이니, 그 넘들만 쓸어 넣으면 된다.
생각이란 걸 해야 고민도 있을 텐데,
고작 생각이라는 게, 어떤 넘을 엮어야 잘 엮었다고 소문이 날까….
잔머리 굴리는 정도이다.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 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

뻔뻔스럽고 당당하게 자신의 말이 모두 거짓임을 웃으면서 말하는 사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손 흔들고 다니는 자다.

어떤 글에 붙은 댓글이 생각난다.


…… 공업용 미싱이 생각나는 정겨운 계절…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