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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의 소통

헌재야~~ 헌재야~~~ 어쩌란 말이냐~~~

좋은 선례입니다.


성공하면, 그것이 어떤 성공이든 다만 이루어내기만 하면


그것의 절차와 정당성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진리가 다시 한번 입증되었습니다.


물론 이건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매우 '한국적인 민주주의'입니다.


헌법재판소의 너무나 당당하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결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법과 사회를 배우는, 수능을 치는 고등학생으로서 교과서의 수정을 건의합니다.


법과 사회뿐만 아니라 정치 교과서 또한 전면개편이 불가피해보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올해 3월부터 법의 기본 원칙으로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을 배워온 저는


이런 중요한 예외 사례를 빼놓는다면, '실제적인 법의 이해와 적용'을 목표로 하는 법과사회 수업이


단지 케케묵은 이상에 치우친 탁상공론으로 오해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법과사회는 실제 법생활에서의 판례가 매우 중요한 과목인데


자칫 중대한 의미를 지닌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교과서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수능 등 국가고시에서 정답시비가 나올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미디어법안 같은 민감한 사례가 출제되어 혼란을 일으킬 확률은 0%에 가깝지만


안정적인 교육을 위해서라도 모든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에는 원칙이 존재하며 모든 국민은 그것을 지켜야 하지만


국가의 성장,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에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를 논의할 때는


실익을 위하여 고리타분하고 비실용적인 절차를 고려하지 않을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며 양심인 대법관들께서


무슨 이유로 이런 판결을 내리셨겠습니까.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주소는 옮겼지만 위장전입은 아니다


선거법을 위반했지만 범법자는 아니다



아차, 실수했네요. 공정택씨는 (이 사람을 서울시 교육감이라고 부르지 않게 되어 너무나도 기쁩니다)


기나긴 고발과 소송 끝에 선거법 위반 및 탈루 혐의로 교육감 지위가 원천무효 처리되었지요.


이것 또한 한국적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한 예외가 되겠습니다.



독도는 우리땅이지만 일본은 기다려달라


녹색성장을 하겠지만 그린벨트는 해제한다


서민을 위하는 정부지만 법인세와 종부세는 삭감/폐지하겠다



그리고 국민의 대다수, 기초수급자까지 내야하는 간접세와 이미 구멍나버린 연금들은 세율을 올려야


하구요. 누가 뭐랍니까? 서울대 경제학과 나오신 장관님께서 그런다면 옳은 것이겠지요.


이제 경제가 살아나겠지요. 안그러면 이건 전부 노무현때문이겠지요.



미분양 아파트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수급량은 늘리겠다


국가기관인 산업은행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리먼브러더스 인수계획은 정부와 관계없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을 보며 눈물 흘렸지만 유모차부대는 아동학대죄이다


집회의 자유는 보장하겠지만 불법집회는 원천봉쇄하겠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겠지만 인터넷은 당사자의 고소 없이 수사하겠다





여러분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우신가요?


유감스럽게도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왜냐고는 묻지 마세요.


사실 너무 많아서 헷갈리기도 하거니와 이제 뭐가 옳고 그른지도 잘 모르겠거든요.


정말로 우리가 맞는 건가요?


우리는 집에서 부모님께, 학교에서 선생님께 배운대로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사실 그런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관념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제가 몇 년 뒤에 발을 내디딜 사회에서는 알아서 눈치보고 상황을 판단하며


강한 자의 손을 들어주는 그 법칙에 순응하며 흘러가야 하는 건가요?


그런데 이런 머리아픈 논쟁까지 갈 것 없이 제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지해야 할 이유,


아니 강력한 동기가 있습니다.


전국의 수험생 여러분, 우리가 오늘부터 준비해야 할 건 수능공부만이 아닙니다.


여러분과 저는 부정행위, 속된 말로 '컨닝'도 계획하고 연습해야 할 첫 세대인 거죠.


부정행위를 하다 들키면 0점을 받는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수능 시험중의 부정행위는 분명 위법한 행위지만


결국 높은 점수를 받아 명문대에 입학해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우리의 목적을 잊지 말아야지요.


그러니 헌법재판소에 부당한 법익침해를 이유로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면


분명 대법관들께서는 오직 결백하고 정당한 동기밖에 없는 우리들의 손을 들어주실 거예요.


절차상의 위법은 옳은 행위의 유효성을 침해할수 없으니까요.


어쩌면 이 판결은 지나친 입시전쟁에 지친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선포령일지도 모르니


이 얼마나 배려 넘치고 따뜻한 모습입니까.


하지만 이 솔깃한 계획에 만만찮은 단점이 있다는 것도 알려 드리는게 도의겠지요.


그러니 고백하겠습니다, 아쉽게도 이 방법은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효과가 없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상류층,


이런, 좀 어색한 거 같네요. 단어를 좀 바꿔볼까요?


이러한 사항은 대한민국의 지도층


지배층


권력자


1%


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이거든요. 부당하다고요? 어쩔수 없어요. 그건 너희들이 결정할 게 아닙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어떤 결정을 누가 내리는지는 애초부터 정해져 있는 거잖아요.


불행히도 저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기 때문에


이 글을 쓰고 다시 모의고사를 풀러가야 해요. 수학을 워낙 싫어하다보니 3등급에서 영 안오르네요.


아마 SKY는 저에게 요원한 꿈이지 싶은데


그럼 대학 졸업하고 88만원을 받든지 말든지, 뭐 다 제가 못나서 그런 거고요.


이 잡문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 끈기에 감사드립니다.


그렇다고 뭐, 너의 그 인내로 성공할 거다 뭐다 하는 말은 안할게요.


제 앞길도 모르겠는데 그런 비생산적인 예언은 하등 쓸모없는 것이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희망을 말할 수 있고


감히 꿈을 그릴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드리는 글입니다.


다음 아고라 - 뤼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