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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의 소통

민주주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은 경제적인 풍요를 누릴 자격이 없다

원래 어느 고등학생 유저가 올린 글에 답글로 달은 것인데  http://todayhumor.com/?sisa_457050 
그냥 더 많은 분들이 보시고 힘을 냈으면 해서 별도 게시글로 올려 봅니다.





저도 님과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생각을 한적이 있는지라 몆자 적고 갑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얘길 해야할지...

일단 저는 고등학교때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입시지옥이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이따위인거지? 이게 다 정부나 교육부가 교육제도를 개떡같이 만들었기 때문이얌.
교육제도를 이러저러하게 뜯어고치면 입시지옥이 사라질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입시지옥의 근본 원인이 단지 교육제도가 잘못된게 아니고 사회 구조에서부터 뿌리가 뻗혀나온 것이라는걸 알았습니다.
왜 엄마아빠가 공부공부 하면서 본인의 노후도 팽겨친 채 자녀의 성적에 올인하는걸까요?
바로 사회의 재화를 소수의 승자가 독식하는, 경제정의가 실종된 사회환경 때문입니다.
만약 유럽처럼 청소부를 해도 화려하게는 못살아도 깨끗하고 단정한 집, 적절한 노동시간, 노후준비가능, 자주는 못가도 일년에 한번정도는
평소 가고싶었던 나라를 일주일정도 여행할수 있고 일년에 최소 서너번정도는 가족들이랑 3~4일이상 국내여행도 할수 있고
동네마트에 가서 먹고싶은 과일이나 쥬스,과자, 고기등을 별 가격 부담없이 먹고싶은대로 담을 수 있으며
말 그대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수 있는 환경이라면, 과연 부모님들이 공부공부 하실까요?

또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기타를 매우 좋아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재능이 있긴 하지만 뮤지션으로 데뷔할만큼의 재능은 없다고 칩시다.
경제정의가 실현된 사회라면 이 학생은 동네 기타학원을 운영하면서 충분히 먹고살수 있습니다.
낮에는 주로 주부들을 가르치고요 (입시지옥이 없으니 주부들이 자신의 여가를 찾을 경제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습니다)
대학생도 있습니다. (등록금이 본인이 감당할수 있는 정도여서 자신의 취미생활을 찾을 여유가 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도 있습니다. (노후생계가 걱정없으니 "죽기전에 그래도 악기 하나쯤은 좀 배우고 싶어!" 하는 멋쟁이 노인들이 옵니다)
그리고 화요일, 목요일밤에는 퇴근한 직장인들이 옵니다 (노동법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어서 직장인들이 야근하는 날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수시로 동사무소나 노인정 등에서 주최하는 마을주민 상대 음악회가 열립니다. (사람들이 여유있다보니 문화공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습니다)
거기에 가서 놀듯이 노래 부르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정의 사례금을 받습니다.
먹고사는데 지장 없습니다. 수억짜리 벤츠는 못끌고 다닐수 있을지언정, 즐기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수 있습니다.

결국 입시지옥은 교육제도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정의의 문제입니다. 사회정의가 바로 서있지 않은 이상 교육제도를 백날 뜯어고쳐봤자
바뀌는것은 절대로 없을겁니다. 아무리 외국의 좋은 제도를 수입해도 기형적으로 뒤틀어질겁니다.
이건 교육제도뿐만 아니고 모~든 분야에 해당됩니다.

자, 그럼 우리나라의 사회정의는 왜 요모양 요꼴이 되었냐, 이제 이 질문에 답할 시간이네요. (으~ 한참 썼는데 이제 절반 왔네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출생근본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피와 맞바꿔서 이룩한 것이 아니기 때문" 입니다.
그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하루아침에 왕국에서 졸지에 민주주의 국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수준은 <백성>인데, 갑자기 <시민>노릇을 하라고 하니...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슨 천재도 아니고.....
그저 하늘에서 세종대왕과도 같은 지도자가 강림하사, 그분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뜨끈한 밥이 나오고 기름진 고깃국이 넘쳐흘렀으면 하고
바라는게 어찌보면 무리도 아닙니다. 그냥 구세주가 짠~하고 나타나면 모든게 해결될텐데 투명한 선거? 민주주의? 그런거 개나줘.


서울대에 입학할려면 당연히 획득해야 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능점수가 요구되겠지요?
십년 이상의 기간동안 엉덩이에 땀띠나도록 공부하고, 성적을 관리해야 서울대 입학이 가능하죠?
그런데 초등학교 교육까지만 받은 수준의 사람이 어찌어찌 하다가 서울대에 뙇!!!! 입학하게 됬습니다.
처음엔 무지 좋습니다. 그런데.... 시험기간이 다가왔습니다.
아는게 하나도 없고 책을 펴도 무슨말인지 모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일정수준이상 나와줘야 합니다.
결국 조교를 매수해서 시험지를 빼돌리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교수를 매수했습니다.
다다음 시험이 다가왔습니다. 학과내 정수기에 배탈약을 타서 학생들이 시험치는동안 응급실에 실려가게 만들었습니다.
그짓을 반복하다가 결국 어느 눈치빠른 넘에게 약점을 잡혀버렸습니다.
자기 꼬붕노릇을 거부할경우 그동안 저지를 짓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데 이제와선 벗어날 방도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뇌물로 시험지를 빼돌리는짓도 한계에 이르러 여의치 않습니다.
어찌저찌 그동안 성적은 유지했는데 이제는 학과경고장이 쌓여가며 유급을 당했습니다.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밑빠진 독마냥 드는데 졸업할날은 어째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그런 주제에 꼴에 서울대생이랍시고 밖에 나가선 남 무시하고 다닙니다.

아마 어쩌면 <민주주의>라는건 우리 국민에겐 사치품일지도 모릅니다.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라고 말하면
"결국 한명숙이 감방가는구먼!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천지에 널렸습니다. <구형>이 뭔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는 가나 무식은 죄가 맞습니다.

<민주주의>없이는 <번영>도 없습니다.
예전에 동남아시아 사람하고 대화를 할일이 있었는데 저보고 한국같이 잘사는 나라에서 태어난게 부럽다고 하더라구요.
자기나라도 한국처럼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그냥 내가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 내딸은 나하곤 다른 삶을 살겠지? 라고 했습니다.
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People who do not fully understand democracy don't deserve economic prosperity."
(민주주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은 경제적인 풍요를 누릴 자격이 없다)

우쭐한 우월감으로, 독립투사들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세대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정말 자랑스럽게 얘기했습니다.
휴....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 지금 그사람과 다시 대화를 하라고 한다면 저런말은 제 입밖으로 안나올것 같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부러워 하는 나라 중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확고히 자리잡지 않은 나라가 있던가요?
뭐 요새 유행처럼 언급되는 부르나이요? 글쎄 잘은 모르지만 아무리 산유국 국민들의 복지가 좋고 어쩌고 해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받는 대접하고
별로 다르지 않을거라고 예상합니다. 무슨말이냐고요? 걔네는 오일머니가 워낙 어마어마하게 거대해서 거기서 떨어져나온 부스러기라도
우리가 볼때는 마냥 크게 보이는 걸거라는 말입니다.
만약 그 나라에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았다면 그나라의 모든 국민이 개인 자가용 젯비행기를 갖고 있을지도 모를것 같다는 소립니다.

역사가, 민주주의가, 정치가, 철학이 얼마나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군요.
빙빙 돌아왔지만 원글 작성자님에게 근현대사 역사공부부터 추천 합니다.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독서도 같이 권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무시해버린 역사의 청구서가 어마어마한 이자와 함게 우리의 삶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원금은 커녕 이자만 갚기에도 버겁지만 우리마저 이 청구서를 외면한다면 우리 다음세대는 그냥 깔려 죽는겁니다.
눈물나고 억울하지만 어쩔수 없습니다. 이땅에 태어난 우리의 원죄요 소명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도 어찌됬든 우리는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역시 후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의무가 있다고 믿으며 글을 마칩니다.

 

 

- 오늘의 유머. 고포릿님 글 - 







<추가내용>

다 쓰고보니 정작 중요한 질문에 답을 안한것 같네요.
내가 뭘 해야할까?

일단은 역사공부부터 하세요. 사실 전 이렇게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것 자체로도 이미 님은 님의 나이에 해야 할일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시위에 나가시든, 오유에 이런 글을 쓰시든 좋은데, 뭔가 홱홱 바뀔것을 기대하지는 마세요. 금방 지칩니다.
더 시간이 지나야 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욱 더 늘어나야 합니다.
전 촛불시위에 나가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나갈생각 없습니다.
아직 문짝이 충분히 썩지 않았거든요. 덜썩은 문짝을 발로 차봐야 내 발만 아픕니다.
그렇다고 촛불시위에 나가는 분들의 노고와 수고를 깎아내리는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저보다 백만배 용기있고 행동하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전 그만큼은 못되는 소인배일 뿐인거죠. 아직은 그냥 주변사람들을 설득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상황이 타개될려면 더욱 더 나빠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이 상황이 물리적이고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정도로 악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제가 읽은 책에서 인상깊었던 구절 하나 쓰고 갑니다.

"내가 전두환에게 대항할때, 난 목숨을 버린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목숨을 버린다고 그가 쓰러질거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았다.
그는 50년쯤은 지나야 권좌에서 내려올것 같았다. 아니, 영원할거로 생각했다.
바뀔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내 자신이 이 상황을 견딜수가 없어서 한 행동일 뿐이었다.
어? 그런데 불과 15년만에 그는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서있었다. 비록 사면되긴 했지만...
변화는 느리게 찾아오지만, 적어도 당신의 예상보다는 훨씬 빠른 시간안에 온다는것을 믿고 쉽게 지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