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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의 소통

설치류가 당신에게 물어다 줄 '박씨'는? - 서프 내과의사님

나는 '노짱'에게 '빵'을 달라 하지 않았다. 다만, 누구나 노력한 만큼 빵을 거둘 수 있는 원칙과 상식의 토양을 일구어 달라고 소망했을 뿐이다. 아직도 '노빠'라 자부하는 어느 누구라도 그 점에 있어서만큼은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아니, 어긋남이 있는 어느 누구라면, 감히 '노빠'라 사칭할 자격은 없는 거다.

 

누군가 이득을 본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누구나 노력한 만큼 빵을 거두는 세상이 된다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기생충처럼 세상의 단물을 빨아먹고 귀족 놀이하던 존재들은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의 사회적 적용이 아닐까?

 

당뇨병이 진행되면 사람은 극심한 허기에 시달린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게 된다. 이때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허기를 달래줄 음식이 아니라 원인이 되는 고혈당의 교정이다. 원인을 무시하고 환자의 식탐대로 아무 생각 없이 먹거리를 주다 보면 고혈당으로 인한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한 경우 사망하게 된다.

 

참여정부 계승의 실패는 어쩌면 한 세대 이상 쓰라린 손실로 대한민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이 비극적 상황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자신이 앓고 있는 당뇨병을 무시하고 끊임없는 식탐 하나로 빵을 내놓으라 윽박지르던 이 땅의 이른바 '현명하신' 국민들과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빵이 아니라 인슐린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던 '까칠한(?)' 의사 노짱의 충돌이었다.

 

무지하고 무식한 환자라도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 치료적 선택에 동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학적 원칙론만으로 보자면 노짱에게도 결코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 주제에, 자신은 상당히 유식한 존재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의사를 개만도 못한 존재로 업신여기며 똥고집을 부리는 그런 원단 '진상'이라면? 그때도 우리는 과연 의사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진상 환자'와 소신파 의사 간 갈등의 정점에서, 어느 누군가가 빵이 잔뜩 그려진 트럭을 몰고 와서 '트럭에 실린 모든 빵을 여러분께 주겠다.'라는 낚시질을 했다. 상황은 그렇게 끝이 났다. 식탐에 눈이 뒤집힌 진상 당뇨병 환자들은 트럭 운전사를 '묻지 마 정신'으로 진료실 의자에 앉혔다. 그 누구도 트럭의 적재함을 열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진실은 드러난다. 트럭의 적재함은 텅 비어 있었다. 아마 몰고 온 트럭이라는 물건마저도 리어카에 종이 껍질 씌우고 트럭 그림만 그린 가짜가 아니었을까.

 

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이라는 것을 보면 한마디로 경악 그 자체이다.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 수도권에 투기 광풍을 다시 불러오고,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과 이자는 팍팍 깎아 준다. 은행은 재벌그룹의 개인금고로 용도 변경시켜 재벌의 돈놀이를 국가에서 보증해 준단다. 그들의 논리는 명쾌하다. 일하지 않고 단물 빨아먹는 통통한 기생충들이 껌 값 던져주듯 돈을 써주면 저렴한 인생들이 감사한 마음으로 그걸 주워 먹고사는 것이 잘 돌아가는 경제라는 거다.

 

진료실 의자에 절대로 앉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 빵을 주겠다는 한마디로 진료실의 주인이 되었다. 그를 진료실의 주인으로 만들어준 사람들의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자신을 지배하는 빵에 대한 욕망만을 만족하게 해달라는 거다. 그들은 식탐으로 인해 스스로가 파멸한다는 당뇨병의 병태생리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미물인 진짜 기생충들조차 숙주와 공생의 지혜를 본능으로 터득하고 스스로의 먹성을 자제할 줄 알지만 사회를 좀먹는 인간 기생충 존재들의 추악한 욕망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자신이 단물을 빨아먹는 공동체가 무너질 때까지 절대로 그 몸부림을 그치지 못한다.

 

무능함과 저열함, 뻔뻔스러움과 부패로 얼룩진 '강부자' '고소영' 내각과 참모진을 이명박이 부둥켜안고 가는 이유에 대해, 그들의 약점을 볼모로 하여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명박 특유의 인사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경제만 살려내면, 직설적으로 말해 내 입에 빵 쪼가리만 물려 준다면 국가 지도자는 별로 도덕적이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던 '진상 당뇨병 환자들'과 이명박의 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김민석을 엮어 넣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은 아마도 검찰의 진심일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BBK 문제는 김민석에 대한 공부량의 1/10만 했어도 답이 나오는 간단한 문제였다. 이명박이 진상 당뇨병 환자들이 내놓으라는 빵을 주지 못한다면 검찰뿐 아니라 언론도, 재벌도, 먹물들도 이명박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할 것이다. '공부의 대열'에 한나라당 자신이 동참하는 것도 그리 이상할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이것은 협박범과 피해자의 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약점을 잡힌 피해자를 한없이 등쳐먹는 협박범. 도를 넘어선 협박과 갈취는 피해자와 협박범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간다. 하지만, 공권력의 정당한 개입과 보호가 없다면 먼저 파멸하는 쪽은 피해자이다. 그리고 영악한 협박범이라면 다른 먹잇감으로 말을 갈아타면 그만이다. 다음 선수는 언제나 대기상태이다. 대구에 사는 아주 나이 많은 노처라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은 자신이 날린 낚시질 그대로 빵을 실어 날라야 하는 거다. 죽을 때까지 말이다.

 

아이러니한 문제는 이명박에게는 빵을 구해올 재주도, 만들 재주도 처음부터 없었다는 사실이다. (트럭마저 가짜라니까!) 죽지 않으려면 도리가 없다.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여기저기서 훔쳐다가 땜질하는 수밖에. 그러다 보면 내 주머니에서 털린 빵은 결국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가장 목소리 크고 극악스런 무리들에게로 말이다.

 

누구도 당신이 먹을 빵을 거저 주지 않는다. 내 몫은 내가 치열하게 일해서 벌어야 하는 거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빵이 아니라 누구나 노력한 만큼 빵을 거둘 수 있는 원칙과 상식의 토양이었다. 단물 빨아 먹기가 주특기인 전문 기생충들이 목청을 높이니 나도 거저 빵 쪼가리 하나라도 얻어먹을까 모두가 자청해서 진상 당뇨병 환자가 되었다. 그러나 저렴한 당신의 인생에까지 이명박도 절대로 빵을 훔쳐다 주진 못할 것이다. 그는 지금 특급 기생충들 모시느라 바쁘신 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