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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시우네 생활

봉하마을의 작은 비석 하나....

귀국 한 지도 벌써 3주가 지나 갔습니다.

집 정리하고, 일자리 알아보고, 애들 학교 적응 시키고, 여기저기 인사하러 다니고.....

위의 내용은 모두 핑계입니다... ^^;

다음 주에 조카 녀석들 놀러 오면 함께 다녀오자고 마님과 이야기 했었는데....

그러다가 어제.... 토요일.... 문득 그냥 마음 먹었을 때 잠시라도 뵙고 오자며 오후에 무작정 길을 떠났습니다.

늦은 점심으로 돼지 국밥을 먹고, 봉하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 반 경......

지난 주에 49재가 있은 관계로 비교적 한산할 줄 알았는데 대형 관광버스만 열 대가 넘어 보이네요.

임시 주차장까지 자동차로 가득 하구요....

제일 먼저 마을 입구에 있는 노란 건물... 노사모 회관을 찾았고, 이어서 작은 비석 앞에서 국화 한 송이와 함께 절을 올렸습니다.

또 차오르는 눈물........

부엉이 바위를 바라보며 눈물 한 줌을 닦아내고, 길가에 걸려 있는 수많은 현수막을 읽으며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그저 먹먹한 가슴에 마님과 저 모두 특별한 말이 없었네요....

다음 주에 조카들 오면 다시 가 보기로만 했습니다.



진례 IC에서 내려 오면 표지판이 바로 보입니다.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봉하마을까지 어떻게 가나 하는 걱정은 전혀 안해도 될 정도입니다.


여기가 본산 농공단지 입구입니다.
여기서 오른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곧장 봉하마을입니다.


마지막 이정표입니다.
여기서 우회전을 하면 장례식날 노란 풍선으로 뒤덮였던 그 개천변 길입니다.
그 날의 모습이 생각나서 운전 중에도 눈앞이 흐려 졌네요.....


노사모 회관 안입니다. 너무나 초라한 건물에 그냥 시골 농기구 창고 같은 모습입니다.
그래도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숙연한 마음 뿐.....


인터넷에서도 많이 보았던 사진들입니다. 또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주먹을 꽉 쥐고 찬찬히 사진들을 보고,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글을 읽었습니다.


여사님과 함께 계신 모습도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드실지.....  꼭 아픔을 이겨내시고 건강하고 밝은 모습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 그 희망돼지 저금통입니다. 저 많은 저금통들 중에 아마 제 것도 있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이 돼지 저금통들이 어떤 저금통인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의미를 모르겠지요....  하지만 이 녀석들도 꼭 깨어 있는 시민의 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그만 비석을 향해 가는 길에 사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했습니다.
나름 표정이 엄숙해 보이지요????  ^^;


정말 작은 비석입니다......  언제나 몸을 낮추셨던 생전의 모습처럼 비석도 국민보다 낮게 계십니다.
곧 주변의 조경이 만들어 지겠지만, 역시나 그 분의 삶답게 초라한 모습입니다.
찾아오신 많은 어르신들께서는 지금도 이 비석 앞에서 통곡을 하곤 하십니다.
비석을 쓰다듬으며 오열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저도 그냥 가슴에서부터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값싼 물방울 몇 개를 떨어뜨렸습니다.
헌화하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족 네 명 모두 큰절을 올렸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
꼭 가슴이 품고 살겠습니다.


부엉이 바위와 정토사를 향해 가시는 많은 분들이 보입니다.
그냥 가슴이 먹먹해서 묵념만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